– ‘우드 와이드 웹(Wood Wide Web)’이라는 생태계의 은밀한 인터넷
우리는 식물들이 조용히 자라고, 말없이 살아간다고 생각합니다.
하지만 최근 생태학자들은 나무와 식물이 끊임없이 서로 ‘대화’를 나눈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.
그 방식은 바로 뿌리 아래 얽히고설킨 ‘균류 네트워크’, 일명 우드 와이드 웹(Wood Wide Web) 입니다.
우드 와이드 웹이란?
‘우드 와이드 웹’은 과학자 수잔 시마드(Suzanne Simard)가 처음 제안한 개념입니다.
이는 숲 속 나무들이 균근(菌根, mycorrhizae)이라 불리는 곰팡이 균사체를 통해 서로 양분을 교환하거나 신호를 주고받는 생태계 기반 통신 시스템입니다.
곧, 식물들도 마치 인터넷처럼 연결되어 데이터를 주고받고 있다는 것이죠.
예를 들어:
- 한 나무가 해충의 공격을 받으면, 인접한 나무들에게 “적이 온다”는 화학 신호를 보냅니다.
- 근처 나무들은 그 정보를 받아 미리 독성물질을 생성해 방어를 준비합니다.
이게 단순한 이론일까요?
아닙니다. 실험으로 확인된 과학적 사실입니다.
2010년대 초반, 시마드 박사는 실제 숲에서 탄소 동위원소 추적 실험을 통해
큰 나무가 작은 묘목에게 광합성으로 만든 영양분을 전송한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.
또한 어미 나무(Mother Tree)라고 불리는 오래된 큰 나무가
자식 나무들에게 자원을 몰아주는 장면도 포착됐습니다.
심지어 같은 종이 아니라도, 생존이 위태로운 나무에게 양분을 '기부'하는 사례도 관찰됐습니다.
어떻게 연결되어 있을까?
이 모든 건 균류(fungi)의 ‘균사체’ 덕분입니다.
- 균사체는 실처럼 가늘고 길게 퍼져나가며 수천 평방미터에 이르는 영역을 덮습니다.
- 뿌리와 결합해 양분과 수분을 교환하는 동시에, 화학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.
- 이 시스템은 인터넷처럼 중앙 서버 없이 자율적으로 구성되며, 정보의 흐름이 쌍방향입니다.
그래서 붙은 이름이 Wood (숲) + Wide Web (인터넷), 즉 숲의 인터넷.
숲은 하나의 ‘집단 지성’이다
우드 와이드 웹이 존재한다는 건 단순히 과학적 사실 그 이상입니다.
숲은 ‘개별 식물들의 집합체’가 아니라, 하나의 초유기체(Superorganism)에 가깝다는 뜻이죠.
- 강한 나무는 약한 나무를 도와주고,
- 생존에 불리한 나무는 스스로 영양분을 돌려줍니다.
- 죽은 나무조차도 균류를 통해 영양소를 남기고 사라집니다.
즉, 숲은 경쟁보다 협력으로 움직이는 사회입니다.
이게 왜 중요할까요?
기후위기 시대에 생태계 보존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.
우드 와이드 웹은 식물들이 서로 의존하며 살아간다는 증거이며, 우리가 그 체계를 파괴할 경우
단순한 벌목 이상의 생태계 붕괴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.
또한, 이 메커니즘을 모방한 생체 모방 기술(biomimicry)은
AI, IoT, 분산 네트워크 설계 등에도 응용될 수 있습니다.
마무리하며
숲은 조용히 말합니다.
그리고 우리는 그 소리를 이제야 듣기 시작했습니다.
우드 와이드 웹은 과학자들의 용기와 자연에 대한 존중이 낳은 발견입니다.
우리 역시 서로 연결되어 살아가는 존재라면, 숲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이 참 많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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